작년 한해 우리 집에 있었던 일 중 단연 제일 깜짝 놀랐던 일을 뽑으라면 아이와 하나의 씨앗을 심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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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5살 첫째가 식목일에 유치원에서 심은 씨앗과 화분을 집으로 가져온 것이었다.

이미 아이가 유치원에서 식목일 행사로 씨앗을 심어 와서 흙밑에 있는 씨앗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화분 이름으로 '금잔화'라고 적혀 있어 어떤 식물인지 추측할 뿐이었다.

5월이 되니 늦봄의 넉넉한 해를 만나고
물을 먹은 금잔화가 금새 성큼 자라 아이와 분갈이도 해주고 지지대도 해주었다.

직접 다이소에서 골라온 핑크 물조리개로 물도 주고 '사랑해 새싹아'라고 사랑도 외쳐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식물 키우기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생명에 대한 사랑? 뭐 그런것도 은연중에 알려주고 싶었는데.


거기까지었다.
그저 으레 그렇듯 거기까지가 아이몫이고 보통 엄마가 키우기 마련이지 않나?
몇번은 아이와 같이 물주기도 해보았지만. 결국 베란다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식물은 아이의 관심 밖이 되었고
어느순간부터 내가 물을 주고 있었다.

혼자일 때 키우는 식물이라면 사실 죽어도 상관없겠지만(몇 번 죽이기도 했던 마이너스의 손이라) 아이와 함께 키우는 첫 식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니 절대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에게 씨앗이 새싹을 거치고 줄기가 자라 환하게 꽃이 맺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노심초사하며 혼자라도 열심히 키우기 시작했는데 녹록치가 않았다.
분명 우리집에서 햇빛과 바람이 가장 잘드는 곳에 두고 물도 넘치지 않도록 이삼일에 한번 흙이 마른 것을 꼭 확인한 후에 물을 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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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짧게 자라야할 금잔화가 너무 웃자라는 게 아닌가..
인스타에 올려 다른 이들에게 웃자라는 이유에 대해서 도움을 구해보았지만 답을 주는 이도 없었고..
인터넷에서 식물이 웃자라는 이유를 검색해봐도 과습 혹은 햇빛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둘다 아니었다..
그렇게 식물이 성큼성큼 키가 커질 때마다 내가 잘못 키웠나 싶고 육아도 힘든데 식물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힘드네 하며 혼자 장난스럽게 슬픈 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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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자라고 웃자라던 어느날..
드디어 초록초록한 꽃봉우리가 크게 올라오고 꽃봉우리가 벌어지려는 모습에 드디어 금잔화를 보겠구나 싶었는데!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벌어진 꽃봉우리!
그것은? 금잔화가 아니라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라고?

아 왠지 줄기가 너무 길게 자란다 했더니....
하고 멀뚱멀뚱 이유를 생각해보다보니 아마 선생님이 씨앗을 잘못 배분해주셨나보다!!!!!
그렇게 난생 처음 집에서 해바라기를 몰래 키우고 있던 게 되었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해바라기는 집에서 꽃을 피우기 까다로운 식물이라는데.
해바라기인줄 알았으면 사실 키워낼 수 있을거란 생각도 못했을 텐데 만만한 금잔화라고 생각하니 키울 수 있었던 해바라기!

너무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6월에 피어난 해바라기는 지금 초여름처럼 정말 샛노랗고 너어무 예뻤다.

집에서 무럭무럭 악동처럼 크고 있는 첫째와, 이제 6월말에 갓 태어날 새로운 생명인 둘째 사이에서 이 둘을 기쁘게 환영해주는 양 노랗게 빛나는 해바라기.

아이와 기념삿을 남겨서 선생님에게도 이 놀랍고 기쁜 소식을 짧은 편지와 함께
알림장으로 전해드렸다.

그렇게 환하게 핀 꽃을 몇주간 감상하다가 끝물에 맺은 씨앗을 잘 보관해두었다.

내년 봄에 아이와 지난 오늘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새롭게 새 씨앗을 심어보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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